2009년 12월 1일 화요일

[작문]롤모델 학년 대표 & 글쓰기 4대강 토론

ㅈ씀

 

 글쓰기 수업은 교양필수라 학부마다 반이 따로 따로 열린다. 그래서 우리 글쓰기반은 우리 학부 학생들밖에 없다. 사실 갈 때마다 늘 소외감을 느끼곤 한다. 물론 언제나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아 생기는 문제지만. 우리 학부에서 나를 잘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수업 끝나면 바로 집에 가니까...

 

 우리반엔 내가 닮고 싶은 '롤모델'들이 있다. 그 중 한 명인 학부 학년 대표 최군은 뭔가 이루어내고자 하는 게 확실한 것 같다.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항상 실천에 옮기는 것 같다. 글쓰기 수업에서 말하는 것도 보면 1학년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조리있게 말한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조리있게 말할 수 있는지 말솜씨랑 뇌구조를 따라 배우고 싶을 정도다. 학년 대표를 맡고 있어서인지 책임감이 투철하다. 처음에 친구가 없는 나한테도 인사해주고 말 걸곤 했었다.

 

 

 오늘 글쓰기 4대강 찬반 토론을 했다. 우리 조는 찬성 측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찬성 측을 맡았지만 우리들 중 어느 누구도 4대강에 찬성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냥 변호사가 된 느낌으로 자료를 조사하고 토론을 이어나갔을 뿐이다. 지금 인터넷에는 블로그니 카페니 4대강에 반대하는 자료들만 산더미같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그 중에서 고르고 또 고르면 찬성 측 의견도 찾을 수 있다. 특히 정부 관련 사이트를 잘 찾아보니 잘 만들어진 찬성 자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온갖 데이터로 무장한 반론 자료들이 수두룩했다.

 

 토론은 주로 반대 측에서 4대강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우리조가 반박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우리조도 자료 조사를 굉장히 미흡하게 했지만 반대 측 조가 우리조보다 훨씬 더 미흡했던 것 같다. 4대강 반대 측의 주장은 우리조보다 더 설득력있는데도 정확한 수치가 제시되지 않아 다듬어지지 않은 주장이 되고 말았다. 구체적 수치 자료는 우리조가 조사한 양이 굉장히 많았지만 논리적인 전개는 반대조가 훨씬 더 우수했다. 특히 최군의 논리는 우리조가 반박할 수 없게 치밀하게 전개되었기 때문에 당황한 우리조는 엉뚱한 동문서답만 되풀이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밖에 청중들도 굉장히 가치있는 질문들을 많이 던졌다. 4대강이 대운하와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물었고, 현 정부가 임기 내에 성과를 달성하려고 정밀한 조사 없이 개발에 착수한 점 등을 꼬집었으며 우리조는 아무 답변도 할 수 없었다.

 

 이날 이때껏 살면서 나는 토론이라는 걸 이 때 처음 해봤다. 그리고 토론 내내 머리가 아프고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나같은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와는 잘 맞지 않는 것이 틀림없었다. 게다가 토론 내내 뭔가 말을 해야겠다는 강박관념이 계속 들었다. 이렇게 골치 아픈 것을 손석희 씨는 어떻게 견뎌내고 있는 것일까? 오늘 확실히 깨달은 바는 나는 말을 조리있게 못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잘못된 어휘 선택, 이상한 끝마무리로 웃음거리만 되고 말았던 것 같다. 지난 학기 과학과철학 수업 토론에서 청중으로서 발언을 한 이후로 가장 큰 자괴감이 들었다. 정말 다음부터는 절대 토론 수업은 듣지 않을 것이다. 토론은 내 자신감만 없애 주었으며 괜히 말했다는 생각만 들게 할 뿐이다. 토론이 제일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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